Think about that

커밍아웃을 소재로 한 영화 - 두결한장

Laughing Stone 2020. 10. 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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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그러니깐, 내가 대전에서 1년 6개월 동안 대규모 프로젝트를 할 때다. 퇴근하면 아트예술극장에 가서 매일 밤 영화를 볼 때, 매우 재미있게 본 영화,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 줄여서 '두결한장'이라고 한다 - 이야기다.

동성애와 그에 따른 커밍아웃을 소재로 한 영화 이면서도 매우 부담감 없이 오히려 감정이입과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하는 참으로 잘 만든 영화라 하겠다.

 

 

 

 

  이 영화는 동성애를 하는 젊은이들의 커밍아웃, 위장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위트있게 때론 심각하게 풀어가고 있다. 
사실 게이의 애환이나 커밍아웃을 흥미롭게만 볼 수 있는 소재는 아니다. 특히 보통 위장결혼을 소재로 하면 그것에 대한 해프닝으로 대부분 코미디 영화가 많은데, 남녀가 아닌 레즈비언으로 살아가기 위해 위장결혼을 하는 소재라 두가지를 모두 적절히 표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클로짓 게이다.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채, 성지향을 숨기고 사는 게이란 뜻이다. 의사인데다 보수적 의사 사회는 그에게 커밍아웃이란 더더욱 어려운 것이다. 해서 생각해 낸 것이 레즈비언과 위장결혼을 한 채로, 게이 연인과 함께 지는 방법이다.
영화 전반에 커밍아웃에 대한 갈등이 많이 나온다. 영화 전체의 가장 큰 갈등 구조를 지탱해주고 있는데, 한편 구속에서 벗어나는 자유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주위에게 충격과 편견을 주는 공포의 행위가 커밍아웃인 것이다. 
극 중 유연석이 석의 동생이면서 호모포비아 역할로 나와서 형을 경멸하고, 아버지께 고자질해 치료받도록 한다. 차라리 이렇게 호모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채 무지에서 비롯된 발언이나 행동들을 이해하는 게 쉬울 것 같다. 포비아들은 겪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거짓된 선동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동성애가 섹스만 밝히는 것이라 오해하기도 하고, 치료될 수 있다고 믿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복잡한 문제로 인해 동성애자의 삶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욕하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나오곤 하는데, 영화에서도 클로짓 게이인 주인공과 오픈리 게이인 석이의 갈등이 나온다. 주인공의 부인이 사실 레즈비언 커플임이 소문나자 주인공은 평정심을 잃고 석이와도 다투게 된다. 주인공은 커밍아웃한게 무슨 훈장이냐고 석이를 도발하고, 연인 석이는 주인공에게 숨기만 하다보면 끝이 없다는 식으로 다그친다. 이 장면에서는 아웃팅된 부인을 걱정하기보다, 자신의 신변에 대한 걱정으로 분노하는 주인공이 이기적으로 보였지만, 한편으로 나는 그 두려움을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짝사랑한 친구, 티나의 억울한 죽음 보고서야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그리곤 자유를 얻은 것으로 애써 의미짓기 위해 합동 결혼식까지 치르게된다. 그들은 피로연으로 춤을 추고 그날을 만끽하지만,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커밍아웃이 가족에게 불행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커밍아웃은 죄가 아니다.  세상이 이상하게 보긴 하지만, 동성애자인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성적 생각은 이렇지만, 우리 아들이 남자를 집으로 데려와선 장래 '며느리'라고 소개하거나 딸이 '남편감'이라고 소개한다면, 과연 나는 이해하고 축복해 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는 없다. 분명히 동성애를 반대하거나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내 삶에 직접 영향을 준다면 내 감정이 어쩔지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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